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과 SF적 괴수 요소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으로,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무겁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전개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즌별 주요 스토리 흐름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작중 곳곳에 숨겨진 복선들을 함께 분석하여 드라마의 숨은 메시지와 상징을 보다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괴물. 그 경계를 묻는 이 시리즈의 핵심을 정리합니다.
시즌1: 괴물의 탄생과 병원 실험의 진실
1945년 봄, 일제강점기 말기 경성. 혼란과 억압 속에서 조선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놓여 있습니다. 주인공 장태상은 겉보기엔 경성 최고의 자산가이자 백정골 상인의 리더지만, 사실 실종된 조선 소녀들을 찾아주는 비밀 정보망을 운영하며 일제에 저항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일본군의 요새로 알려진 ‘경성병원’에 의심을 품고 병원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독립운동가이자 간호사 출신인 윤채옥은 어머니를 찾아 경성에 잠입하며, 태상과 동행하게 됩니다. 둘은 다른 목적을 가졌지만 병원 내부의 비밀을 함께 파헤치게 됩니다.
병원은 표면적으로는 의료 시설이지만, 실상은 일본군이 조선인을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수행하는 장소입니다. 일본군은 실험을 통해 인간을 초인적으로 변화시키는 ‘나카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그 결과로 괴물형 생명체(나카생)가 탄생하게 됩니다.
나카생은 단순한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 감정에 의해 활성화되는 기생 생명체입니다. 실험 대상자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자 조선 여성들로, 슬픔·분노·고통 같은 극한 감정 상태에 놓일 때 세포가 활성화되며 괴물화됩니다.
태상은 조사 중 괴물화된 실험체가 과거 자신의 인연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집니다. 한때 연인이었던 인물이 실험체로 전락했거나, 그가 구조하려던 소녀들 중 일부가 괴물화된 존재가 된 것입니다.
한편 채옥은 병원 내부에서 어머니를 찾지만, 이미 괴물 실험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녀의 분노와 슬픔은 감정적으로 극한에 달하며, 나카생에게 감염될 위기에 놓이기도 합니다.
병원은 괴물의 통제를 잃고 폭발적인 사태로 이어지며, 병원 내 괴물들이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태상과 채옥은 병원 깊숙한 실험실로 들어가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되며, 둘 중 한 명 또는 모두가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남긴 채 시즌1은 폐허가 된 병원을 배경으로 막을 내립니다.
시즌2: 기억, 윤회, 그리고 선택의 대가
시즌2는 병원 붕괴 직후, 파편과 혼란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태상과 채옥의 여정을 그립니다. 병원 사건 이후, 일본군은 실험 데이터를 수습하여 일본 본토와 만주로 옮기고, ‘나카생 실험’을 제국 전역으로 확산하려 합니다.
태상은 자신이 감염되었다는 것을 자각하며, 인간으로 남기 위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나카생 세포는 점차 그의 신경계와 감정을 지배하려 들고, 그는 괴물화되기 전 모든 실험을 멈추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채옥은 일본 본토로 들어가 태상을 구하고 실험의 근원을 파괴하려는 위험한 잠입 작전을 감행합니다. 그녀는 마에다 박사라는 일본 제국의 괴물 창조 설계자와 대면하게 되고, 실험의 진짜 목적을 듣게 됩니다.
“괴물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는 것이다.”
마에다는 인간의 감정을 통제하고 분해함으로써 완전한 병기, 신과 같은 존재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미 여러 사람을 의도적으로 나카생화시킨 상태였습니다.
채옥은 실험장 내부에서 태상의 괴물화를 직접 목격하며, 그 안에 남아 있는 인간성의 불씨를 발견합니다. 그녀는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태상이 괴물로 완전히 타락하는 것을 막고, 실험장을 파괴하며 자신도 무너져 내립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태상은 혼자 폐허 위에 서 있고, 마에다 박사도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리즈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에필로그에서는 2023년 서울, 어딘가의 실험실에서 나카생의 세포가 유리병 속에서 꿈틀거리고, 연구원 앞에 장태상과 닮은 현대 인물이 나타납니다. 괴물의 기원은 끝나지 않았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윤회된 이야기의 다음 장이 예고됩니다.
핵심 복선: 괴물과 인간의 경계, 그리고 시대의 은유
- 나카생의 기원과 감정 연결성: 괴물 나카생은 단순한 돌연변이가 아닌, 감정 기반의 생물학적 돌연변이. 이는 식민지 억압, 상실, 고통을 상징하는 장치.
- 윤회와 인연의 반복: 태상과 채옥은 전생부터 얽힌 운명. 괴물이 되더라도 서로를 기억하는 ‘기억’의 서사가 주요 복선.
- 병원과 현대 실험실의 연결: 과거에서 시작된 실험은 멈추지 않았고, 현대에서도 여전히 반복됨. 시대는 바뀌었지만 인간 본성은 여전함.
- 이름의 의미: 장태상(張太尚)은 ‘높고 위대한 존재’, 윤채옥(尹彩玉)은 ‘빛나는 옥’. 두 인물은 각각 괴물성과 인간성, 고귀한 희생을 상징.
경성크리처는 단순한 괴수물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시대의 폭력성을 괴물이라는 형상으로 구현한 서사 중심의 장르극입니다. 시즌1과 2의 스토리는 억압된 시대 속에서 태어난 괴물과 그것에 맞선 인간성의 기록이며, 복선과 반전, 감정의 흐름이 매우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후속 시즌이 제작된다면, 지금까지의 줄거리와 복선을 되짚어보는 것이 다음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